몸이 깨어나기 전, 영혼이 먼저 공복을 선언하는 시간. 창밖은 아직도 잉크를 풀어놓은 듯 검푸른 어둠. 그러나 내부는 더 깊은 암흑이 출몰하는 공간이다. 복부 깊숙이, 소화의 마지막 흔적이 스러진 자리에 텅 빈 공명이 울린다. 이 공복은 단순한 위의 상태가 아니다. 일종의 존재론적 기아다. 아침이라는 명칭도, 어제라는 시간도 흡수해 버린 공허의 풍경.창자를 타고 흐르는 것은 위액만이 아니다. 밤사이 각인된 꿈의 잔해, 해소되지 않은 말들의 파편, 이름 붙일 수 없는 열망의 미분(微分)들이 섞인 투명한 산성의 강. 공복은 소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소화할 것을 기다리는 활성화된 공간이다. 빈 위벽이 서로를 마주 보며 속삭인다. 소리 없는 대화의 물리학. 공명과 공허의 기하학.이 빈 깊이는 채워지기를..